우리 엄마는 분명 잡채를 안 좋아했다.
어릴 적에 잡채를 먹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.
분명 재료 하나하나 손질해야하는 까다로움 때문이었을까.
내가 잡채를 좋아하게 된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.
이탈리아에 살면서 이태리인들한테 대접 할 만한 한국 음식을 만들면서 잡채 레시피를 찾아보았고
내가 만든 잡채는 정말 맛이 좋았다. 반응도 좋아서 뭐만 했다하면 잡채를 만들기 시작했다.
잡채의 레시피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꼭 들어가야 하는 재료가 있고 굳이 없어도 되는 재료도 있다.
누군 넣고 누군 안 넣는 재료가 있다.
넣어도 맛있지만 안 넣어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다.
금방 한 걸 먹어도 맛있지만 식은 잡채도 맛있다.
아니면 식은 잡채 다시 데워서 밥에 올려먹어도 정말 꿀맛이다.
내가 볼 때 잡채는 정말 환상적인 요리다.
잡채를 인생에 비교하고 싶진 않았으나 잡채에 관해 글을 쓰고 있자니 엄청나게 철학적인 음식이기도 한 듯 하다.
내 인생은 잡채 같다.
주된 재료와 부수적인 재료가 합해져있는 나만의 스타일로 만든 잡채.
내 취향에 맞게, 어쩔 땐 남들 취향에도 맞춰주면서 잡채처럼 살기로 다짐해본다.
그럼 이제 나도 나만의 잡채같은 블로그를 시작해보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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